설악 그란폰도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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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그란폰도 투어 갔다 왔어요.
파워미터가 중간에 꺼져서 평균 파워 82W 됨 ㅋㅋ
솔직히 장거리 타면 어느 시점부터 파워는 그냥 대충 150W 언저리에서 놀고, 숫자 본다고 더 내고 낮추고 하는 게 안 돼서 상관없긴 했어요.

평일 새벽에 가니까 차 없어서 좋더라고요 쿄쿄
식빵 두 조각, 바나나, 커피 먹으면서 감

오전에는 라이딩센터가 시설 공사로 안 열어서 언덕 위 체육관 화장실을 썼어요.
근데 기분이 진짜 이상하더라고요.
아니 우리나라에 라이딩센터라는 게 있다고? 했는데, 체육관에도 설악 그란폰도 안내판이 있고 코스 안내에 업힐 정보까지 있음.
라이딩 특화 도시라는 게 진짜 있네?

출발지에서 사진 찍고 출발.
아침엔 많이 추웠어요. 낮에 20도 찍는다고 해서 여름 이너에 긴팔 저지, 질렛, 빕숏 입고 나왔는데
하루 종일 다운힐에서 호달달 떨었음 ㅋㅋㅋ
다운힐도 하나같이 길어서 세나로 다른 얘기는 하나도 못 하고
“추워 너무 추워 악” 이런 말만 했어요.

하늘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저녁에 비 소식이 있어서 살짝 걱정했는데 날은 너무 좋았어요.

차도 별로 없고 노면도 꽤 좋은 편이어서 스트레스 안 받고 탄 게 진짜 좋았어요.
하루 종일 자전거 타면서 도로 때문에 신경 쓸 일이 이렇게 적었던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근데 도로가 다 1차선이라 대회 때 몇천 명씩 섞이면 좀 어지러울 것 같긴 하더라고요.
강원도에도 비가 많이 왔었는지 떨어진 돌멩이랑 나뭇가지가 많았는데, 한 번 쓸어놨는지 정리가 되어 있어서 타는 데 문제는 없었어요.
진짜 자전거에 진심인 동네네 여기...

첫 업힐 살둔재.
또 놀랐던 게 코스가 205km나 되는데 되게 심플해요.
살둔재, 구룡령, 조침령, 쓰리재, 한계령, 역구룡령, 역살둔재면 끝임.
하나하나가 길고 높은 업힐이라 각각 타는 재미가 있는데, 그걸 다 모아놔서 205km나 된 느낌이에요.

구룡령 진입~
산에 올라오니까 슬슬 단풍 든 게 보이기 시작해서 좋았어요.
아까는 구름이 많더니 다 개서 날씨도 좋았고, 이때까진 체력도 많이 남아서 풍경 보면서 투어링했어요.

이게 진짜 뷰가 좋았는데 사진에 안 담기더라고요.
멀리 산이 겹겹이 보이는 게 진짜 예뻤어요.

구룡령 통과~
진짜 길더라고요 ㅋㅋㅋ 이렇게 안 끝나는 업힐은 대관령 이후 처음임

이렇게 곳곳에서 설악 그란폰도 코스라고 알려줘요.
보면서도 적응 안 되네. 설악이란 뭘까

사진 찍고 양갱 하나 먹고 출발~

구룡령 터널 나오자마자 보이는 뷰가 진짜 좋더라고요.
한참 봐도 예쁠 것 같은 풍경.
그리고 이어지는 정신 나갈 것 같은 다운힐.
너무 추워서 달달 떠는데 이걸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까지 드니까 오싹해짐.
그래도 진짜 길고 긴 다운힐에 차도 없고 너무 재밌었어요.
구룡령 다운힐이 끝나고도 조침령 입구까지 쭉 내리막이라 한 20km는 되는 것 같더라고요.
20km 다운힐 처음 해봄 ㅋㅋ

다 즐겼니? 그럼 이제 올라가야겠지?
20km 신나게 내려오고 나면 갑자기 왼쪽에 벽이 나와요.
저기를 가라고? 소리가 절로 나옴.
시작부터 경사도 10% 찍히는 업힐이 바로 나와서 어이가 없었어요 ㅋㅋ

살짝 정신 나가서 저거 보고 같이 타던 분한테 “우리 돌로미티 왔네~” 하면서 올라감

볼 때마다 무서운 <자 업힐.
헤어핀 업힐 너무 무섭다 진짜.
1:1 기어비인데도 체중을 실어서 밟아야 올라가요 ㅋㅋㅋ

대회 때 여기 올라오면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쭉 보인다던데, 진짜 절경일 듯.

조침령 통과~
진짜 너무하다. 너무 힘들어.
중간중간 막 지은 것 같은 예쁜 집이 많더라고요.
여긴 누가 사는 걸까 하면서 올라갔어요 ㅋㅋ 집 앞에 산신령 연습 코스가 있네

단풍 너무 예쁘게 들었는데 같이 타던 분이 사진도 너무 잘 찍어줘서 좋다 쿄쿄
조침령 다운힐은 완만했어요. 다운힐 좀 즐기다 보면 바로 쓰리재 진입.
쓰리재도 완만한 업힐이라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주위에 밭이랑 단풍이랑 구경할 게 많아서 좋았고요.

이거 뭐지 고추밭인가
고추밭을 왜 찍었지 ㅋㅋ

뭐지 고추밭 찍는 나를 찍은 사진이네
밭이 되게 많았어요. 수확 다 해서 이미 갈아놓은 밭도 많았고, 대파 뽑아서 파 냄새 나는 밭도 있었고요.
무는 엄청 잘 자라고 있고 고추도 다 빨갛게 잘 익었더라고요.
사과나무, 감나무도 많았음. 가을 느낌 물씬 나요 ㅋㅋ

쓰리재 통과.
저도 스티커 붙일 걸 그랬나 했는데 안 가져왔어요~ 이런 게 있는 줄 몰랐지

쓰리재 정상에는 저렇게 멋진 조형물도 만들어 놨더라고요.
근데 왼쪽 구룡령이랑 오른쪽 구룡령, 같은 구룡령인데 왜 크기가 다름? ㅋㅋㅋ
체감 차이 반영 제대로 했네요.

쓰리재 내려와서 첫 보급.
강화맨님이 후원해 주셨습니다. 스폰 받고 타니까 기분이 남다르네요. 이것이 프로의 마음가짐?
열심히 탔더니 너무 배고파서 많이 사서 너무 많이 먹음 ㅋㅋㅋ
직후에 배불러서 살짝 힘들었어요.

아내한테 밥 먹는다고 했더니 불쌍하대요.
자전거 타러 가면 쉴 때 가끔 연락하는데, 맨날 편의점 간다고 불쌍하다 함. 그렇게까지 하면서 자전거를 타야 하냐고요.
우리한텐 이게 엄청난 식산데 ㅠ

밥 먹고 바로 한계령 진입.
설악 그란폰도 코스는 다 이런 듯.
업힐 다 타면 다운힐이 엄청 길고, 그거 끝나면 바로 업힐 시작 ㅋㅋ
이때 한계령이랑 구룡령 리버스만 넘으면 다 탄 것 같은데 105km 남아 있어요.
뭔가 다 온 것 같으면서도 이제 반 탔네 하는 이상한 기분.
한계령부터는 본격적으로 단풍이 보여서 좋았어요.
아직 좀 덜 들긴 했는데 어떻게 알고들 오셨나, 관광버스도 많이 오고 다들 사진 열심히 찍고 계시더라고요.

사진에는 안 담기는데 저 멀리 보이는 설악산이 좀 돌로미티 같았어요. 진짜임.
그리고 이쯤인가? 길바닥에서 뱀을 봤는데 진짜 엄청 컸어요.
동물원에서 본 그 노란 뱀 말고 이렇게 큰 뱀은 처음 봄.
같이 타던 분이 죽어 있다고 알려줬는데, 저는 너무 놀라서 죽어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전까지는 다람쥐랑 고양이 보고 좋아했는데 이때부터 길쭉한 건 다 뱀같이 보임 ㅋㅋㅋ

다들 여기 서서 사진 찍고 계시길래 우리도 찍었어요.
저 온천솥밥 간판 좀 어떻게 치우고 싶네. 제일 예쁜 자리에 딱 걸려요 ㅋㅋ

한계령도 정복!
마지막 급경사가 진짜 빡세긴 했는데, 예쁜 풍경에 좋은 날씨에 뇌가 힘들었던 걸 지운 듯? 별로 기억이 없어요 ㅋㅋ
한계령에서 내려다보는 뷰도 진짜 좋았고, 한계령 다운힐이 코스 중에 제일 좋았어요.
그냥 눈 닿는 데가 다 예쁘더라고요. 폭포도 보이고 골짜기마다 단풍도 살짝씩 들고.
투어를 많이 다녀본 건 아닌데, 다녀보면 우리나라에 진짜 예쁜 곳이 많더라고요.
더 많이 가봐야겠어요.

두 번째 보급소 도착.
여기까지 오니까 세나가 죽었어요.
한계령 다운힐 끝내고 구룡령 리버스 전에, 아까 조침령으로 빠진 갈림길을 조금 지나 CU에서 마지막 보급.
얼파콜 말아 먹고 과자 좀 주워 먹었어요.
저는 아까 먹은 게 소화가 덜 된 것 같아서 많이 못 먹겠더라고요 ㅠ
종아리도 좀 무리하면 쥐가 올라올 것 같아서 이온음료 마시고 출발.
이제 구룡령만 넘으면 됨…

진짜 너무하다….
클라임프로 보면서 올라가니까 더 힘들어서 화면을 넘겨버렸어요.
같이 타던 분하고 떠들면서 그나마 올라갔지, 그냥 어디 누워서 쉬고 싶었음 ㅋㅋㅋ
끝이 안 나 그냥…
경사가 가팔라서 눌러 밟아야 하는 건 아닌데, 체력은 다 떨어졌지 다리는 아프지 멘탈이 진짜 힘들었어요.
모르는 사람한테 먼저 말 거는 편이 아닌데, 대회에서 저 혼자 남겨졌으면 아무나 붙잡고 말 걸었을 것 같아요 진짜.
하필 전날 일이 있어서 잠도 많이 못 자고 갔는데, 여기서 그 여파가 오더라고요 ㅠ

진짜 너무하다….
다시는 보지 말자고 하고 싶은데 너는 다시 볼 것 같아서 말 못 하겠다…
이때 블랙박스가 꺼져서 라이트로 바꾸고 질렛 다시 입고 출발.
푸드트럭 같은 데 사람들이 모여 있길래 맛있는 거 파나 하고 봤는데 배추 트럭이더라고요. 어이가 없었음 ㅋㅋㅋ
파워젤 4개, 양갱 2개 챙겨 갔는데 여기서 남은 양갱 하나 까먹고 출발했어요.
봉크까지 온 건 아닌데 전날 잠 못 잔 거랑 체력 다 쓴 게 겹쳐서 그런지 파워가 전혀 안 나오더라고요.
살둔재 리버스 빼면 거의 내리막에 짧은 낙타등인데, 낙타등 나올 때마다 비명 지르면서 기어감…
같이 타던 분이 끌어줘서 겨우 끌려갔다 진짜.

어떻게 저렇게 기어서 완주.
라이딩 내내 시골 냄새, 밭 냄새 많이 나서 투어 느낌 낭낭하게 나고 좋았어요.
너무 재밌었음. 투어 오기 좋은 것 같아요.
라이딩센터도 엄청 깔끔하더라고요. 여기서 숙박해도 좋을 듯.
설악 코스 말고도 다른 코스 타러 오기 좋아 보였어요.
라이딩 마치고 샤워도 할 수 있고요.
뜨거운 물 수압 빵빵하게 나와서 뜨끈허이 샤워하고

영웅이 호걸이 부르면서 밥 먹고 집에 옴.
알찼다. 집에 오니까 9시가 좀 안 됐더라고요.
올해 설악 그란폰도 나가고 싶어서 준비했다가 못 갔는데, 이렇게 같이 투어 다녀오니 너무 좋았어요.
투어 계획 잘 짜준 벙짱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 진짜 힘들다…
언더 뭐시기 한다고 까불었는데 다시는 까불지 않겠습니다 악1악2